시팍틀리족(Cipactli)
신학
세상은 눈이 바뀌게 변합니다. 몇 달만에 새로운 전자제품이 더 빠르고 더 멋진 성능을 뽐냅니다. 어제는 맞았던 과학 이론이 내일은 틀린 것으로 반증됩니다. 인권의 개념은 점점 확장되어 가며 몇십 년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범위까지 보호합니다. 세상은 사람들에게 더 풍부한 감수성, 더 넓은 교양, 더 정확한 지식을 끊임없이 요구합니다. 자신을 단련하기 거부하는 자는 침묵을 요구받습니다. 어차피 컴퓨터와 비행기의 작동 원리도 모르는데, 왜 정부와 세상과 사회의 작동 원리를 알고 싶어 합니까? 지식과 책임감이 없는 자는 조용히 교양인들이 만드는 세태에 순응하기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여기에 반항합니다. 사람의 가치와 발언권은 그렇게 다루어져서는 안된다고 말합니다. 팩트가 틀리고 교육받지 못하고 시대의 흐름을 보지 못하는 자들도 세상을 이해할 수 있고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착한 일을 하면 보답을 받고 악한 일을 하면 벌을 받는 단순한 도덕이지 상아탑 속에 갇힌 학자들의 이론이나 맥락 따위는 필요 없습니다!
첫 번째 점쟁이가 그 외침에 응답합니다. 시팍틀리는 그의 추종자들에게 간단한 세상을 만들어 줄 것입니다. 그들은 전통과 소박함, 직관과 미신의 수호자요, 이론의 파괴자이며 과학의 숙적, 도서관을 태우는 자입니다. 시팍틀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신비와 지식은 오직 파괴할 뿐입니다. 하지만 조심해야 합니다. 광신적 신도들은 시팍틀리 그 자신마저도 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얇팍해지고 단순해지길 원합니다. 레비아탄이 신도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입체성과 다면성을 드러낸다면... 그들의 다음 목표는 뻔할 것입니다.
외형
시팍틀리족은 고대로부터 그 모습이 거의 변하지 않은 생물의 모습을 띕니다. 악어와 상어가 가장 대표적이지만, 실러캔스, 앵무조개, 투구게 등도 해당될 수 있습니다. 겉보기에도 순수한 육체적/신비적 힘이 용솟음치는 것 같은 육체를 하고 있으며, 반대로 신체의 정밀한 움직임을 위한 부위들은 거의 고의적일 정도로 드러나지 않거나 제거되어 있습니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입이 여러 개가 달려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힘의 자취와 포식의 자취가 이렇듯 몸에 직접적으로 드러난다면, 다른 능력은 조금 더 은유적으로 나타납니다. 지각의 자취로 거짓된 술수를 꿰뚫어보는 제 3의 눈, 세상 모두에 대한 지배권이 새겨진 문신, 풍작을 보장하는 피와 침 등을 가진 레비아탄들도 제법 많습니다.
시조
아즈텍 신화의 시팍틀리는 틀라테쿠틸리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자웅동체의 반 악어, 반 양서류로, 사지에 수많은 입이 달려있는 괴물이었습니다. 테즈카틀리포카가 한 발을 희생해서 그를 꾀어내서 죽였으며, 테즈카틀리포카와 케찰코아틀이 그의 몸에서부터 세상을 창조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시팍틀리가 잊혀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틀라테쿠틸리라는 이름으로 시팍틀리는 계속해서 멕시카 인들에게 심장과 공물을 조공받았으며, 번식의 수호신으로 존경받았습니다. 강철과 화약을 가진 스페인 침략자들이 온 멕시카를 파괴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살과 피가 태양을 띄운다는 사실을 알린 뒤에야, 마침내 시팍틀리 신앙은 끝이 났습니다.
변신
시팍틀리의 강신이 시작되면 어린 레비아탄은 무적감에 휩싸이게 됩니다. 규율이 우스워 보이고 사회가 만든 법과 도덕, 철학은 구멍이 숭숭 나 있는 모순덩어리로 보입니다. 먹물들과 토론을 하게되면 상대가 자신의 기세에 눌려 제대로 말도 하지 못하고 어버버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시팍틀리의 가장 상징적인 능력인 힘의 자취가 깨어나면서 꼬마 부족원은 나무를 뽑고 철창을 구부러뜨리는 일 따위는 껌 씹듯이 하게 됩니다. 얼마 있지 않아 시팍틀리의 사고방식은 이렇게 변합니다. "몸이 나쁘면 머리가 고생한다."
물론 시팍틀리는 곧 문제점을 깨닫게 됩니다. 법과 윤리를 비웃으면서 그는 자연스럽게 사회의 바깥으로 밀려나게 되고, 행동 자체의 무게감이나 진지함, 치밀함도 곧 사라지게 됩니다. 자신을 따르는 신도들도 같은 처지라는 것을 안 시팍틀리의 첫 번째 과제는 사회 바깥에서 오랑캐로 사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생태
가족
시팍틀리의 피가 흐르는 가족은 대부분 지식과 담을 쌓고 삽니다. 그것이 결코 지능이 낮다거나 교육받지 못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지성을 가진 교양인"이 되길 바라는 마음은 가족원들 사이에 없습니다. 많은 경우 이상한 음모론을 추종하거나, 기존 교단이 "너무 현대적이 되었다고" 불평하며 새 교회로 옮기거나, 전자기기나 현대 문명의 편의성을 피해 시골로 돌아갔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시팍틀리의 전승이 대대로 내려오는 곳은 드뭅니다. 시팍틀리의 후계들은 투박한 사람들이고, 눈에 보이는 증거가 없는데 경전 하나만 가지고 동지도 없이 새 종교를 창시할 사람들은 아닙니다.
번식
시팍틀리는 타고난 야만인입니다. 세속에 찌들어 나태해진 기성 레비아탄 교단 근처에서는 거의 출몰하지 않습니다. 부족의 피는 가장 뜬금없는 곳에서 튀어나오며, 빠르게 세력을 결집해서 '문명화'되어 버린 기성 시팍틀리의 조직을 공격합니다. 조직을 단순하게 만들고, 교리를 한 두 줄로 요약하며, 신도들의 곁에 임하며 그들에게 신을 눈으로 영접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그들이 기존 시팍틀리 혹은 다른 레비아탄을 몰아내고 그 지위를 차지한다면, 다시금 역사가 반복될 것입니다. 교단에 관료제와 엘리트층이 생길 것이고, 교리를 담은 복잡한 신학문답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시팍틀리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사람들 중 새로운 레비아탄이 탄생하며, 항상 숫자는 거의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라마수
시팍틀리의 라마수는 지팍나입니다. 지팍나는 마야 신화에 나오는 카이만 악어 괴물로, 4백 명의 형제들이 그를 함정으로 유인하자, 땅에 굴을 파서 함정을 피하고 형제들을 모조리 살육합니다. 오직 쌍둥이 영웅이 암컷 게를 이용해 그를 유인했을 때만이 가까스로 함정에 빠뜨릴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선조처럼, 현대의 지팍나도 한 가지 일 - 기교를 힘으로 분쇄하는 것- 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발재간 좋은 플레이메이커를 거친 몸싸움으로 지워버리는 축구선수, 요리조리 빠져나가려는 사기꾼을 호통 한 번으로 입 다물게 만드는 형사, 달달 외운 통계자료로 상대의 비유를 무로 돌리는 논객. 지팍나는 시팍틀리의 일등 부관이요 선봉장입니다.
하지만 단순무식한 그들의 성품은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성욕, 식욕, 금전욕... 시팍틀리의 주요 임무는 욕망에 눈먼 지팍나가 자신의 임무를 방기하지 않도록 감시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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